2019 대림특강 “미사를 통해 주님 맞이하기” – 손희송 주교님

 

지난 2019년 12월 8일 대림 제2주일 의정부 주교좌 성당에서는 서울대교구 총대리이신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을 모시고 대림 특강을 들었습니다.

주제는 ‘미사를 통해 주님 맞이하기’로서 타 지역에서도 오신 많은 교우들과 함께 뜻깊은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70분간 진행된 강의에서 주교님께서는 미사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회개에 관하여 이론적인 내용과 더불어 실생활과 연관되는 여러 사례를 곁들여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셨고, 이에 참석한 교우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다음은 그 요약 내용입니다.

“미사를 통해 주님 맞이하기”

대림시기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4주간 시기이다. 2,000년 전에 오신 예수님께서 언젠가 다시 오실 그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기로서, 주님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회개가 필요하다. 마르코 복음 1장 15절에서 예수님은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고 말씀하셨다.

회개는 매순간 하느님을 향해 살아가고자 노력하며 실천하는 자세이다. 이것은 미사 안에서 찾을 수 있으며 주님께서는 항상 미사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계신다. 우리는 그 부르심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다.

– 미사 안에서의 회개 5 단계

1. 회개의 첫 단계는 고백기도이다. 시작예식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을 두 번 부르면서 하느님의 자녀임을 확인하며, 고백기도를 통해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칼 라너 신부님은 선종 때 하고 싶은 기도로 루카복음 18장 9~14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중 세리의 기도였다. ‘주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진정한 회개는 하느님과의 관계에서의 회개만이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제 탓이요’를 할 수 있는 회개의 모습을 보여야 진정으로 회개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결혼한 지 겨우 3개월 된 부부가 있었는데, 이들은 어느새 곧잘 다투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웃집 중년 부부는 노부모도 모신 8명이 사는 가족이었는데, 늘 화목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정이었다. 하루는 젊은 부부가 옆집 부부를 초대하여 술을 한 잔 대접하며, 화목한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문제가 있으면, 남탓이 아니라 서로 자기 탓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방 가운데 물 대접이 있어 누가 모르고 지나가다 물을 방에 쏟았다고 한다면, 한 사람은 자신이 부주의해서 물을 못봤다고 하고, 다음 사람은 자신이 물 대접을 방 가운데 놓아서 자기 잘못이라 하고, 셋째 사람은 자신이 그 물 대접을 먼저 보고 치우지 않아서 자기 탓이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로 아껴주며 먼저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는 가족애가 비결이라고 하였다.

2. 회개의 두 번째 단계는 말씀의 전례이다. 말씀의 전례 중 1독서 – 화답송, 2독서 – 복음 환호성, 복음- 신앙고백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말하고 하는 단계가 3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자세)이 우선이며 그 다음에 말하는 것으로 회개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명기 6장 4절에 ‘이스라엘아, 들으라’라는 표현이 언급되면서, 하느님 말씀에 귀기울일 것을 요청하였듯이, 오늘날 21세기 역시 하느님 말씀에 귀기울여야 인류가 바르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미사에 참례하면서 급하게 헐레벌떡 올 것이 아니라, 미사 15분전에 도착하여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여 듣는 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5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10분은 그날의 독서, 화답송, 복음을 읽고 되새겨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도 잘 듣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회개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연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3. 회개의 세 번째 단계는 성찬 전례이다. 미사에서의 예물봉헌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우리가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을 보장받은 것을 기억하고, 또한 우리가 가진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다.

회개한 사람은 봉헌함으로써 자기 것을 쪼개어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웃과 나누기를 실천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드시 재물이나 물질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 봉사, 관심과 배려 등 가능한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4. 회개의 네 번째 단계는 감사기도이다. 감사 기도는 미사의 한 중앙에 위치한다. 이 감사송을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신 구세주 주님의 크신 사랑에 대하여 감사의 기도를 바친 사람이라면, 일상에서도 많이, 자주 감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행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감사도 연습하면 늘어날 수 있다.

영적으로 회개가 깊어질수록 감사가 커진다. 즉 회개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감사하는 것과 함께 일상에서 항상 감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또 생기는 것이다. 곧 감사는 감사를 불러 온다.

5. 회개의 다섯 번째 단계는 영성체이다. 영성체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예식으로 예수님이 나를 위해 내안에 들어와서, 당신을 바침으로써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끄시는 것이다. 당신을 희생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죽으심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싫어하는 이를 받아들여야 하겠다. 회개하는 사람의 모습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으니 너도 가서 그렇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중증장애우 동급생이 배탈이 나서, 그만 교실에서 설사하여 배변하고 바닥에도 흘렸다. 그러자 급우들이 모두 힘을 모아 그를 씻어 주었다. 그 후 교실의 냄새를 바꾸기 위해 추운 날에도 창문을 모두 열고 웃고 있었다. 이런 사연을 모르는 선생님은 추운데 창문을 열어서 의아해 하며, 담임께 말하여 초등학생들의 선행이 알려 지게 되었다고 한다. 남몰래 한 선행은 언제나 아름다운 일이다.

이렇게 개인들의 회개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회개도 중요하다. 가난한 이, 어려운 이를 감싸는 것이 교회의 회개이며 교회는 ‘지금 여기’가 천국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해 시대 우리교회가 실천하였던 모습을 보고, 당시 조선 사회가 천민으로 대하였던 백정이었던 ‘황일광’은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나에게는 천국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곳 지상에서 만나는 천국이다.’

머리로써만 주님 탄생을 되새기며 백 번 성탄을 지내기보다는, 진정한 회개를 통하여 자신의 마음에 한 번 주님 탄생을 실현하고 일상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이 내 마음에 오시는 것이 성탄이며, 하느님 안에서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회개이므로 2019년 성탄을 맞으며 미사 안에서 회개하며 주님을 맞이하도록 해야 하겠다.

Post Author: ujbhome